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숙원이던 연기금 '투자 풀' 시장 진입을 앞에 두고 암초를 만났다. 시장 진출의 전제 조건인 라이선스 확보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7월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NH투자증권과 KB증권에 '일반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내주기 어렵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은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펀드 운용)의 한 종류로, 인·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다. 이 라이선스를 확보해야만 투자풀 주간사로서 참여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관련 방침을 전달받은 건 맞다"면서도 "우려되는 요인에 대해 최선을 다해 소명하고 있고 조율해 가겠다"고 말했다.
"'요건 불충분'에 라이선스 보류"
라이선스 승인이 늦어지는 건 금융위의 제동 때문으로 파악된다.
일반 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승인은 금융위 결정 사안이다. 금감원이 집합투자업자 등록 심사 업무를 금융위로부터 위탁받고 있지만 실무 이외의 최종 결정 권한은 금융위에 있다. 금융위는 현재 '요건 불충분'을 이유로 두 증권사의 라이선스 발급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을 등록하려는 회사는 법령위반사실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두 증권사 모두 이 요건에서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KB증권은 지난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벌어진 유상증자 논란에 휘말렸다. 올 4월에는 고려아연과 함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주관사 겸 유상증자 모집주선인 역할을 했다. 검찰이 수사 중이라 아직 금융당국의 징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현재 진행형인 사안이라 당국도 신중한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환매불가 사모펀드' 건 관련 징계가 발목을 잡았다. '환매불가 사모펀드' 건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국내 사모펀드와 사모운용사들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3년간 전수조사를 벌인 건이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관련 제재안이 통과됐지만 앞선 '옵티머스 펀드사태'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금융위 본회의 상정은 미뤄진 상태다.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사 징계 확정이 부담스럽단 판단에서다. 만약 환매불가 사모펀드 건에 대해 금융위가 최종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 향후 3개월간 NH투자증권은 신규 인가를 받을 수 없다.
증권사 연기금 투자풀 진입 비상등
당국의 이 같은 기조를 확인하면서 증권사들의 연기금 투자풀 진입에 비상등이 켜졌다.
연기금 투자풀은 각종 연기금과 공공기관이 맡긴 여유자금을 한데 모아 민간 주간사가 굴리는 제도다. 주간사는 4년마다 재선정된다.
투자풀 주간사로의 진입은 증권사들에 숙원이다. 그간은 약 67조원(올해 3월 말 기준)이 예치된 투자풀 자금을 자산운용사들만 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금 투자풀의 운영 주체인 기획재정부가 올 2월12일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방안'을 내놓고 증권사의 주간사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증권가에도 기회가 열렸다.
다만 기재부는 라이선스를 획득한 증권사만 진입할 수 있단 전제를 내걸었다. 이에 개편안 발표 직후 두 증권사는 금감원에 '일반 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요청을 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다.
문제는 시간이 촉박하단 점이다. 4년 전인 2021년 기재부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 공고를 8월17일 게시, 9월6일까지 입찰 참가자격을 받았다. 이에 앞선 2017년 선정 때는 8월3일 공고 게시, 8월24일까지 응찰자격 등록 마감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두 증권사에 남은 시간은 약 한 달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심사 요건들에 들어맞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금감원이 심사를 마치더라도) 라이선스 등록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은 금융위에 있기 때문에 금융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원칙대로라면 외부 요인과 관계없이 진행해야 맞지만 이 사안의 경우 증권사들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책적인 판단도 필요하다"며 "가급적 기재부의 투자풀 등록 기간 전에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용사 독점 유지되나…NH·KB증권 "소명에 총력"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운용사들은 표정 관리 중이다.
이미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들도 있지만 이들은 참여 의지가 없다. 사모 집합투자업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교보증권 등 10개사다. 이들 중 한때 관련 조직을 운영했던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내부 검토 끝에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연기금 투자풀 유관 조직을 꾸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투입 비용과 노력 대비 수익이 크지 않아 내부 검토 결과 나서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때문에 기존 투자풀 주간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양대 운용사 독점 체제가 다시 한 번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2001년 정부가 연기금투자풀을 도입한 이래 운용사들이 주간사 지위를 독점해 왔다.
이런 상황은 기재부로서도 부담이다. 기재부는 '시장 독점 구조 타파'라는 개편 취지와는 달리 기존 두 자산운용사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초 기재부가 지난 2월 자본시장법상 일반 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거친 증권사는 투자풀 주간사로 나설 수 있게 바꾼 건 특정 회사들의 독점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기재부는 증권사들에 길을 터주면서 "주간사의 유효 경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운용사 독점 시장에 경쟁 구도를 만들어 성과도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풀은 우리가 총괄하지만 라이선스를 주는 건 소관부처인 금융당국의 판단"이라며 "입찰이 시작되고 난 뒤 (라이선스 여부가) 결정될 경우를 감안해서 조건부로 두 증권사의 참가자격을 인정해준다든가 하는 선택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남은 한 달여 기간 동안 금융당국과 최대한 입장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KB증권 관계자는 "(투자풀 진입이) 숙원인 만큼 라이선스를 받아낼 수 있도록 당국에 최선을 다해 소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당국과의 소통에 열심히 협조하고 있다"며 "라이선스를 받는다는 가정 하에 유관 조직에서 계속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연기금 투자풀 주간사 선정기준 등을 결정하는 연구용역은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는 증권사·운용사 등 업권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 평가해 상위 2개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전날 기재부는 증권사와 운용사들을 모아 연기금 투자풀 간담회를 가졌다. 투자풀 참여를 확정했거나, 정보 파악 차원에서 관심이 있는 금융회사들로부터 사전 신청을 받았다. 운용사 중에서는 기존 주간사인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을 비롯해 KB·한화·키움투자자산운용이 참석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비롯해 교보·키움·신영·한국투자증권이 자리했다.
'돈 마니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이브 제작 시스템' 캣츠아이, 영국 오피셜•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롱런 인기' (2) | 2025.07.19 |
---|---|
연속상승에 따른 부담속 차익실현 (2) | 2025.06.26 |
2025년 3월 31일 국내주식 공매도 재개 (0) | 2025.03.31 |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 (5) | 2024.06.15 |
같이키워 DREAM '청년내일 저축계좌' 참여자 모집 (93) | 2024.04.30 |